과시적 생산

Gos&Op 2013.04.08 0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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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잉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잉여력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가? 많은 이들의 잉여력을 어떻게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을까? 사람들이 기쁘게 자신의 잉여력을 기부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등의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잉여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이 글이 모든 잉여의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재미있는 경제학 용어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린 Thorstein Veblen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베블린효과 Veblen Effect라고도 불리는 '과시적 소비 Conspicuous Consumption'라는 용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를 참조하시고 (위키링크),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사람들의 소비행위가 자신의 계급이나 지위를 남에게 과시/뽐내기 위한 행동의 일종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소비 행위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줍니다.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서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역으로 자신의 지위가 높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명품/고가품의 구입이 단지 과시성만이 이유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즉 과시성이 주가 되기 때문에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기현상도 발생합니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는 과시적 소비가 있다면, 비슷한 이유로 과시적 생산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잘 난 사람이야' '나는 뭐든지 잘해' 등과 같이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여주고, 스스로를 과시하고 뿌듯해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봅니다. 이런 생산에서의 과시성이 잉여력의 한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지나친 과시정으로 잉여력 이상의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헛된 과시성의 중독도 목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잉여력의 발산의 큰 부분이 과시성이 있는 것같습니다. 스스로 좋아서 하지만, 굳이 필요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 소비에서 처럼 -- 과시성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변에 이것저것 남들을 잘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처럼 자신의 시간과 리소스를 기부하는 행위를 종종 봅니다. 이들이 그런 행동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얻는 것도 없으면서 그것을 계속 하는 것은 적어도 남들 (도움을 받은 이)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심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 커뮤니티나 서비스를 둘러보면 회원들을 등급으로 나누는 것도 일종의 과시성 및 과시성을 부추기는 것같습니다. 그냥 일상의 생각을 기록하던 블로거들에게 '파워블로거'라는 명칭을 붙여주고는 그들의 잉여력을 최대한 뽑아내려는 것도, 그리고 스스로 파워블로거라고 자부하면서 스스로 대단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도 모두 과시성입니다. 필요에 의한 것도 있지만 게임에서 만렙을 얻거나 성주가 되는 것도 그런 과시성이고, Q&A 서비스에서 최고 등급을 받기 위해서 모든 질문에 답변해주는 것도 일종의 과시성의 발로입니다.

적당한 과시성은 좋은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공유경제가 더 활성화되고 자발적인 문화가 번성합니다. 그러나 과시성에 중독되어 자신의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위험합니다. 요란한 선행 Blatant Benevolence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시성이 지나쳐서 자신의 모든 선행을 남들에게 떠들석하게 알리는 것입니다. 남몰래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으면서 떠들석하게 기부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과시성만으로 모든 잉여력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직접적인 혜택이 없는 잉여력의 발산을 과시성보다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다른 것도 없을 듯합니다. ('이타성'이 있긴있네요. 근데 많은 이타성 내에도 과시성이 존재한다고 생각됩니다.) ... 잉여력의 발산이 과시성에 기인했든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건 세상에 기여하는 다양한 잉여력의 발산은 늘 좋습니다.

(2013.04.02 작성 / 2013.04.08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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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5 (책 내용의 품질을 떠나서 읽을 가치가 있느냐에 의한 평점으로 이해해줬으면...)
조금은 오른쪽으로 치우친 느낌도 가끔 받지만 그래도 경제학의 역사, 특히 근 2~300년을 이어온 주류 경제학의 흐름과 대표 경제학자들의 이론 및 당시 시대에서의 적용 등에 대해서 균형감있게 다루고 있기에 경제학을 전반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책... 출간 연도가 좀 지났기 때문에 최근의 경제위기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짓기는 어렵지만 누적된 경제학적 발전은 분명 정반합의 과정을 여전히 거치고 있는 것같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가장 비판을 받고 있는 신자유주의, 특히 통화주의자의 대표격인 밀턴 프리드만의 이론에 대해서 궁금했었는데... 전체적인 뼈대만 다룬 것이 조금 아쉽다. 그런 면에서 케이슨의 이론을 설명하면서도 과거의 뉴딜에서의 다양한 측면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고, 단순히 경제에서의 정부의 역할에 대한 것만 다룬 것도 조금 아쉽기는다하다. 책의 성격상 모든 것을 다룰 수도 없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너그러이 넘어가는 편이 좋겠다. 어쨌던 짧은 (?) 책을 통해서 경제학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다. ... 그리고 시대의 상황이나 주변의 상황에 따라서 적용되는 규칙이라던가 이론이 바뀐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듯하다. 누구의 이론이 맞다 틀렸다를 떠나서 어떤 때는 누구의 이론이 더 그럴하사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이론에서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그래서 수정된 이론이 나오거나 때론 정반대의 이론도 나오고... 그러면서 정반합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 경제를 그리고 현 시점의 경제위기를 이해했으면 한다. 아담 스미스도 옳았지만 모든 것을 보지 못했고, 리카도도 더 발전되고 새로운 것을 보여줬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고, 마르크스의 번떡이는 아이디어도 모든 것을 고려하진 못했다. 케인스가 주류였지마 통화주의의 시대를 맞이했고, 그러다고 통화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영원할 것같았지만 지금은 또 다른 비판을 받고 있다... 어렵다. 수학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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