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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함에 대해..

Gos&Op 2012.06.08 1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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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가 사용중인 분석서버에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폴더나 파일 등을 일부 정리했습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웠는데, 해당 디렉토리/파일들을 참조하는 분석프로그램들이 존재해서 오늘 아침에 엄청난 에러 알람을 받았습니다. 면밀히 조사하지 않고 그냥 디렉토리/파일을 지워버린 무모함에 대해서 글을 적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걸...

디렉토리를 정리하다보니 오래 전에 만들었던 파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중간에 서비스가 중단/변경되거나 담당자가 변경되어서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많은 것들도 있었지만, 다음에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2008년도에 새로운 걸 해보겠다고 임의로 만들었던 디렉토리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디렉토리들을 보면서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서비스나 프로세스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점인데, 다양한 분석을 해보고 싶었고 또 그런 시도들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때는 하나를 배우면 그걸 가지고 여러 곳에 응용도해보고 싶었고 다른 하나를 더 추가하면 재미있는 서비스가 나올 것같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데이터를 구해서 비슷한 방법으로 분석도해보고, 아니면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서 결과를 확인해보고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주위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쓸데없는 아이디어도 많았지만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름 화수분처럼 넘쳐났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변한 것같습니다. 이제 서비스나 프로세스에 대해서 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면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지 않고서도 '이건 되는 서비스' '이건 안 돼' '이건 이미 있는 것' 등과 같이 즉시에 답을 얻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좋은 모습일까?에 대한 고민이 듭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고 모든 것이 재미있어 보였고 그래서 다양한 시도들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좀 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같고 모든 것이 그냥 그런 아이디어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같다고 말하는 대신 그 아이디어는 이런 이런 점 때문에 실현이 불가능하고 ROI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냥 접는 게 좋겠다라는 식의 피드백이 입에 붙었습니다. 그런 생각에 아래처럼 짧게 트윗했습니다.

저의 경험이 저의 지식이 저의 도전정신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2008년도 2009년도에 만들었던 디렉토리의 분석 내용은 참 간단한 것이었고, 이게 서비스화되더라도 별로 주목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걸 해봐야겠다는 절실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입니다. 한번 시도를 하면 매우 중요한 결과물이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도조차해볼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아직은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대기도하고, 혼자 시작하면 너무 오래 걸려서 단기간에 제대로된 결과를 못 낼 수도 있다는 우려 그리고 그에 따른 제가 안아야할 리스크 (몇 년 간의 나쁜 KPI 및 연봉 등)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고, 어떨 때는 다소 사소해 보여서 굳이 내가 그걸 해야하나?라는 자만심도 생깁니다. 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가 산재합니다.

지금처럼 큰 프로그램을 돌려놓고 나름 짬이 나는 시간을 작지만 새로운 도전에 열정을 쏟기보다는 그저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결과 언제 나오냐?'라는 생각만하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도 적긴하지만...) 언제부턴가 대박 아이디어만을 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큰 아이디어는 너무 커보여서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머리 속에서 썩히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디어들 중에서 최근에 다른 곳에서 선보이는 것을 볼 때면 잠시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작은 것은 너무 사소해서 안 하게 되고, 큰 것은 또 너무 거대해서 안 하게 됩니다. 늘 새로운 것 다른 것을 입에 붙이고 살지만 정작 삶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쉽지 않습니다.

삶에서 적당한 어리석음과 적당한 무모함 그리고 적당한 야성은 지키고 살아야 하는데... Stay Foolish의 그 의미가 삶에서 점점 희석되어 갑니다. 때마침 어제 SNS에서 회자가 된 'MBA적 사고방식'이라는 글이 다시 절 정신차리게 합니다. 적당히 미쳐라. Here's to the crazy ones라는 멘트로 시작했던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도 생각납니다. 삶을 불태우기 위해서는 적당히 어리석어야 하고, 또 적당히 무모해야하는데... Stay Hungry Stay Fo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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