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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05 과시적 소비와 부의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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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로버트 H. 프랭크의 <사치 열병 Luxury Fever>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의 시작은 일상 생활에는 별 필요가 없는 사치재의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직 책의 전반부만 읽고 있지만 그냥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해서 글을 적습니다.

베블린 ThorsteinVeblen이라는 유명한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잘 알려져있지 않더라도, 그의 이름을 딴 베블린 효과 Veblen Effect라는 용어는 뉴스에서 한번정도는 들어봤을 것입니다. 베블린 효과는, 짧게 말해서, 제품의 가격이 높아서 사람들이 많이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동의된 제품의 적정 가격이 있고, 또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의해서 가격을 높이면 수요가 감소합니다. 그런데 제품의 가격을 올렸는데도 수요가 감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올라가는 현상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베블린 효과라고 말합니다. 최근에 일고 있는 고가/고급의 명품 열풍을 잘 설명해주는 현상입니다. 이런 베블린 효과를 설명해주기 위해서 등장한 용어가 바로 '과시적 소비 Conspicuous Consumption'입니다. 필요 Need에 의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 Want에 의한 소비를 잘 설명해줍니다.

그런데 이런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베블린 효과나 과시적 소비의 시작은 부자들이 시작합니다. 의식주의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가진 부자들은 자연스레 미술품이나 골동품 등의 예술품에도 관심을 가지고, 좋은 집이나 차를 구매하기도 하고, 그 이상의 부자들은 개인 제트비행기나 요트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고가의 제품 소비는 다른 부자들에게 자신을 더 뽐내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소비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과시적 소비가 부자들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부자들이 명품이나 사치품을 구매하기 시작했지만, 그런 모습이 부러웠던 일반인들도 점점 명품 등의 고가 제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부자들은 남는 돈으로 사치품을 구매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여유자금이 없기 때문에 필요경비를 줄여서 명품소비에 가세를 하거나 아니면 여유자금을 더 벌기 위해서 업무 외의 아르바아트 등의 노동의 양을 증가시킵니다. 

단기적으로는 다른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고 노동을 늘려서 여유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좋지만,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노동 시간을 늘렸다는 것은 놀이와 여유시간이 부족해짐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재충전할 휴식을 갖지 못하기도 하고, 또 다른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한 학습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부식비를 줄여서 영양상태가 나빠진다거나 도서구입비도 줄어들고, 또 문화생활비도 줄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기간이 길어질 수록 부자와 빈자 사이의 경제적 차이보다도 더 큰 문화격차, 지식격차, 여유격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경제적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부/소득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불균형의 악순환이 걱정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경기가 좋아지지 않아서, 절대 필요 경비 외의 문화생활비를 줄이고, 부식비를 줄이고, 심지어 한국인들에게는 마지막 보류와도 같은 자녀들 교육비도 줄이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 격차에서 시작했지만, 1%와 99%로 대변되는 현재의 불균형은 문화의 격차도 더욱 넓히고, 지식의 격차도 더욱 넓히고, 경험의 격차, 생각의 격차... 등의 모든 격차를 넓히고 있습니다. 글의 시작은 사치품의 소비가 마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식으로 글을 적었지만, 오히려 이런 개인의 선택에 따른 불균형의 심화는 그래도 받아들일만한데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회적 현상 따른 불균형의 심화는 뭐라말할 수도 없습니다. 

최근의 '무상급식' ('의무급식'이 맞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논쟁에서도 근본적으로는 장기적인 사회 불균형의 심화를 줄이는 방안이라는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했습니다. 단순히 포퓰리즘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익숙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공동체의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검토되었어야 했던 사안입니다. 부의 불균형을 넘어서 지식과 문화의 불균형으로 심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무리들의 놀음에 우리는 쇠뇌되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깨지 못하면 영원히 시체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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