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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예상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에 '조심'이라고 붙여있는 곳에 머리를 부딪혀서 다친 첫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다음스페이스.1으로 이사한지 한달반이나 지나서 발생했기 때문에 예상보다는 늦은 사상자입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아래의 사진과 같이 '조심'이라는 경고문구를 붙여놓았습니다. 아래의 조형물/공간은 1층로비에서 illy (커피숍)으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높이가 약 160~170cm정도라서 언젠가는 지나던 사람이 부딪힐 것을 예상했습니다. 조형물의 끝에 얇은 플라스틱을 덧 씌워놓았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예상했던 그러나 자신만은 아니길 바라던 그 일이 어제 처음부으로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또 한번 디자이너/디자인의 책임감 또는 중요성을 확인했습니다.

간단한 악세사리 디자인이 아닌 건축/건물 디자인의 경우 단순한 심미만을 쫓을 수가 없습니다. 그 건물의 안전이라 구조적 견고성도 디자인이 녹아들어있어야 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안락과 편안함도 디자인이 제공해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스페이스.1의 디자인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심미적인 아름다움은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르게 평가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겉보기 아름다움에도 별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제가 평가할 수 없지만, 생활의 편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저 낙제점수를 주는 것도 귀찮습니다. 설계/설치에 문제가 있었다면 미리 아래와 같은 경고문구를 붙여놓거나 후속작업을 통해서 안전을 보장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욕먹을 일입니다.

Apple | iPhone 4 | Normal program | Pattern | 1/15sec | 3.9mm | ISO-125 | Off Compulsory | 2012:05:11 09:08:59

이쯤에서 스티브 잡스가 밝힌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2003년도에 뉴욕타임스와의 이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내가 생각하는/추구하는)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보여지는 것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심미만을 쫓던 제게 공학적 견고함과 친밀함, 그리고 디테일에 더 신경을 쓰도록 만들어줬던 이 문구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That’s not what we think design is. It’s not just what it looks like and feels like. Design is how it works.

- New York Times, The Guts of a New Machine, 2003

애플에서 맥킨토시를 처음 만들 때 일화도 떠오릅니다. (당시 개발자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지만) 맥킨토시의 드로잉 소프트웨어 (맥드로?)에 처음으로 rounded-rectangle을 넣던 그 일화가 떠오릅니다. 물론 단순히 보여지는 소프트웨어에 끝이 둥근 사각형 드로잉 펑션을 추가하는 것이었지만, 그런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실물들도 디자인에 따라서 끝이 모나지 않고 매끄럽게 마감처리가 될 것입니다. 당시에 잡스는 보여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그런 디자인이 실제 제품이 되었을 때의 모습도 고민했던 것같습니다. 모든 제품이 그냥 사격형 모서리를 가지게 된다면 이후에 얼마나 많은 (심각한) 부상이 발생했을지 생각하기도 힘듭니다.

지금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라는 책을 읽을려고 계획 중입니다. 책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종종 심플/단순함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논리에는 그냥 단순한 것이 좋다는 틀에 박힌 미신이 존재하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그 단순함을 얻기 위해서 내부에 포함된 엄청난 복잡함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낫지 못합니다. 보기좋고 매끄러운 단순한 디자인 이면에 숨어있는 복잡함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보기 좋으니깐 됐다 식의 디자인은 참 역겹습니다. 위의 구조물과 같이...

일전에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를 만들 때의 일화도 갑자기 생각납니다. 당시 애플의 iPod 성공에 자극을 받은 아이리버에서도 자신들의 MP3 플레이어를 보기 좋은 아름답게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졌나 봅니다. 그래서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고 예쁜 제품을 먼저 디자인을 해놓고 그 디자인 규격에 맞도록 모든 내부 부품을 새롭게 만들어라라고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자신들이 얼마나 디자인에 신경을 쓰느냐를 알려주기 위해서 위의 일화를 자랑스럽게 얘기한 듯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단순함 이면에 존재하는 복잡함과 디테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리버는 그냥 그런 제품으로 IT역사박물관에나 존재하는 제품으로 남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자인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냥 보여주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애플이 'Form Follows Function'을 무시하고 'Function Follows Form'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시켰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앞서 보여준 스티브 잡스의 인터뷰처럼 애플은 Form Follows Function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Form/디자인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추가 (2012.05.16) 애플의 테슬러가 말한 테슬러의 복잡함 보전의 법칙'이라 명명된 것이 있습니다. (참고. The Law of conservation of complexity) "시스템의 전체적인 복잡도는 항상 동일하다." 사용자의 이용이 단순해지면 나머지 부분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즉, 이면에서 설계자가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서로가 상쇄된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테슬러는 "모든 프로그램에는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복잡함의 정도, 즉 복잡함의 하한선이 존재한다. 이때 던져야 할 질문은 이 복잡함을 누가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사용자인가, 아니면 개발자인가?" <심플은 정담은 아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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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5, 고객중심의 점진적 혁신에서 의미중심의 급진적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혁신의 방법
  • 소비자들의 행동을 파악해서 (포커스그룹, 심층인터뷰, 설문조사 등)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고객중심의 점진적 혁신
  • 새로 개발된 신기술을 제품/서비스에 적용하는 기술중심의 급진적 혁신
  • 제품/서비스의 가치와 의미를 형상화/디자인하는 의미중심의 급진적 혁신
 책에서 이탈리아의 여러 혁신 제품들을 예로들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예들이 인기상품임/이었음에는 분명하지만, 한국인인 내가 책에서 소개하는 제품들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데, 적당한 제품의 사진/삽화 등을 책에 넣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아쉬운대로, 검색을 통해서..ㅠㅠ) 원문에 제품사진이 미포함되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에서 책을 펴내면서 적당한 제품사진과 연결되는 QR코드를 각 챕터별로 모아두면 좋을 듯.

디자이노베이션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 / 김보영역
출판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201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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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 5, 최근에 4.5를 준 적이 없다. 브랜드와 디자인이 오늘날 차별화의 핵심이다.

디자인풀 컴퍼니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마티 뉴마이어 (시그마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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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풀 컴퍼니를 만들기 위해, 아니 내가 디자인 싱킹을 하기 위해...  
 
 책을 받아보면, 참 얇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뒷면을 보면 12,000원이라는 가격이 참 부담스럽다. 얼마나 좋은 내용을 담고 있길래 200페이지짜리 책이 12,000원이나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인플레이션이 심하군이라는 경제 상황에 대한 고민에까지 빠진다. 내가 만약 그 (마티 뉴마이어)의 전작은 <브랜드 갭>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이 책을 절대 구매하지도 않았고 설마 구매했더라도 엄청 욕하면서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브랜드 갭> 이후에, <브랜드 발란을 꿈꾸다>라는 책이 한권 더 나왔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다음 번 구매로 일단 미뤄진 상태. 그리고, <디자인풀 컴퍼니>가 시리즈로 3번째 나온 책이다. 즉, <브랜드 갭>이 총론이었다면, 후속 저작들은 각각의 세부사항을 더 깊게 다루었다고 보면 될 것같다.) 물론 내가 욕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던 아니면 반대로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던, 분명 몇 페이지만 읽어더라도 분노가 환희로 바뀌었을 것이고, 기대가 현실이 되었을 것이다. 책의 가치는 그 양/두께에 있지 않고, 그 내용의 (인사이트풀한) 깊이에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책이, 마티 뉴마이어의 저작들이다.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면, 단순히 동작하는 제품만으로도 충분히 판로를 개척할 수가 있었다. [기능] 그러던 것이 유사 기능의 제품 또는 복제품들이 쏟아지면서 더 낮은 가격의 제품이 더 많이 팔렸다 (보통의 경우), [가격] 그러던 것이 또 시간이 흘러, 더 우수한 제품이 많이 팔렸다. [품질] 또 시간은 흘러, 최근에는 기능, 가격, 품질 등의 조건이 만족된 이후에는 더 보기에 좋은 제품들이 팔리기 시작했다. [디자인] 여기에 더 나아가면, 더 평판이 좋고 지속가능하고 사회책임이 강한 기업의 제품이 선호될 것이다. [브랜드] ... 아주 간략하게 설명을 했지만, 처음에는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선택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의식적으로던 무의식적으로던) 느껴지는 것들이 우리의 선택 기준으로 바뀌고 있는 것같다. 그런 흐름의 최종판이 [브랜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브랜드를 만들어낼려면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 (당연한 소리지만) 디자인이라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모든 삶을 의식을 가지고 변화시키는 것이 디자인이기 때문에, 흉하던 것을 보기 좋게 만드는 것도 디자인이고,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디자인이고, 불편한 것을 안락하게 만드는 것 등의 모든 의도를 가지고 변화/진화시키는 것이 디자인이다. 그렇듯이,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생각을 하는 방법이 디자인 싱킹일 것이다. (...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 "Change is Power. Design is Change."라는 책 속의 멘트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변화해야 한다. 그럴려면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함께 읽을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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