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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열흘 후면 다음을 거쳐 카카오에 입사한지 만 9년이 됩니다. 한두달 전부터 당일 아지트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 올릴 글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시절부터 3년 주기로 안식휴가가 나오는데, 다음 9년차는 2개월의 휴가가 나옵니다 (합병 후에 안식휴가 체계를 변경했지만, 기존 입사자에게는 선택권 있음). 6년차 1개월 휴가를 아직 사용하지 않았고, 미사용 작년 연차와 올해 연차를 모두 합치면 총 4개월의 시간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해서 글을 적으려 했습니다. 선택지는… 1. 공부 2. 여행 3. 이직 4. 집필 5. 무념 6. 기타…

하지만 약 한달 전에 광고 노출과 관련된 로직을 개발하는 부서에 겸직하면서 휴가 계획은 또 잠정 보류했습니다. 2017년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딥러닝을 비롯해서 데이터 과학 알고리즘들을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논문도 읽고 오픈소스도 다운받아서 설치, 실행해보고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동안은 늘 주말 이틀동안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올해는 하루는 돌아다니고 하루는 공부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겸직으로 잠시 이어오던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범용의 데이터 관련 논문들은 다시 잠시 미뤄두고, 현업에 필요한 온라인 최적화나 트래픽 예측 등을 다룬 논문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팀에서 필요한 Go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간 1996년에 C언어라는 걸 수업에서 배웠고 (C는 배웠다는 것만 기억하는 수준), 2000년을 전후로 Java를 공부했는데 10여년이 흘러서 새로운 언어를 또 공부하게 됐습니다. 중간에 대학원에서는 MatLab을, 다음 시절에는 SAS를 이용해서 데이터 분석 코드를 작성하기도 했고 필요에 따라서 펄, PHP, 파이썬 등의 코드도 수정해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랭귀지를 완전히 새로 공부하는 건 참 오랜만입니다. C를 배우면서 제일 어려웠던 — 여전히 이해와 활용의 한계를 넘지 못한 — 포인터가 Go에 그대로 있고, C 이후에 소개된 새로운 개념들이 복잡하게 썪여있어서 20대에 헤매던 것 이상을 40대에 다시 재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글책 한권에 의존해서 그냥 읽어나가는 수준이라 익숙치가 않지만 현업에 사용되는 코드도 리뷰하고 새로 짜다보면 어느 순간 또 익숙해지리라 믿을 뿐입니다.

데이터 마이닝팀에서 7년을 보내고 제주/판교 로케이션 문제가 겹쳐서 2년 전에 광고팀으로 소속을 옮겼습니다. 데이터 기반으로 더 정교한 타게팅 및 랭킹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소속을 옮겼지만, 합병 이후의 조직 변경 및 전략 수정에 따른 혼돈의 시간을 보내면서 데이터를 보는 시간은 점점더 줄어들고 업무적 자존감은 바닥을 쳤습니다. 논문을 다시 읽은 것도 자존감을 회복하자는 것과 또 역량을 키우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개발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데이터 다루는 쪽으로 다시 돌아가리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던 차에, 비즈추천셀에 결원이 발생해서 혹시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을 받고 수락을 했습니다. 평소에 함께 일해보고 싶었던 친구가 있는 셀이라서 합류 결정을 쉽게 내렸는데, 이후에 알고보니 그 친구는 조만간 다른 회사로 떠난다고...

지금은 그 친구가 떠나기 전에 그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고 있습니다. 산업공학을 전공하면서 최적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여전히 온라인 최적화 방법은 참 낯섭니다. OR 수업을 들으면서 LP를 공부했고 정상적인 고등학교 수학을 이수해서 미적분이나 확률통계를 다 공부해서 기초적인 것은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SGD 류의 알고리즘을 익히려니 학생 때 난 뭘 배웠나라는 한숨만 나옵니다. 알고리즘을 소개한 논문을 읽을 때면 당장 내가 사용할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자세한 이해는 매번 뒤로 미뤘는데 결국 그것들과 친해져야할 시간이 됐습니다. 강의를 듣거나 수식을 풀어줄 때만 머리에 잠시 스쳐갈 뿐 다시 논문을 집어들면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FTRL 알고리즘으로 CTR을 예측하고 OWLQN 알고리즘으로 전환률을 예측하고 ARIMA로 트래픽량을 예측하고 또 새로운 과금식으로 자동입찰 로직을 만들고… 공부해야할 것과 새로 만들어야할 것들이 많지만, 어떤 면에서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라는 고민을 잊도록 눈코 뜰 새 없이 일에 묻혀 시간을 보낼 때가 오히려 더 행복을 느낍니다. 이게 학습된 노예 근성일지라도…

작년 하반기부터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아직 진행중이어서 여전히 광고팀에 소속돼있습니다. 앞서 업무적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고 적었지만 광고에 소속된 지난 2년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광고 비즈니스와 플랫폼, 즉 광고 도메인에 관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습득했습니다. 그것이 저의 앞길에 어떤 도움을 줄지 아니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광고를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넷/모바일 회사에 들어왔다면 광고 업무는 언젠가 -- 보통 퇴사 전 마지막? -- 잠시라도 몸담아서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광고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그들의 비즈니스 근간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서비스를 기획개발하겠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광고팀에 소속하기 전에는 저도 그런 부류였지만 이제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광고도 어느 정도 알게됐습니다. 비즈추천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있고 어떤 기여를 할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경험은 배신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물론 시간을 경험으로 바꾸는 것은 오롯이 저의 역할입니다.

작년 가을 쯤에 제주를 떠나서 새로운 모험을 하지 않을까?라는 나름의 계획이 또 1년 미뤄졌습니다. 제주를 떠난다는 것은 곧 회사를 떠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는 선택입니다. 또 올해 가을 쯤에 제주를 떠나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마지막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더 이기적이고 더 모질지 못했을 뿐입니다. 최근 주변에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찾아서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매번 저는 남들보다 뒤쳐진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발버둥쳐서 새로운 도전의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자반타반으로 어쨌든 도전의 길에, 아니 항상 도전의 길에 서있었습니다. 도전. 제 인생에서 참 낯선 단어지만 한편으로는 늘 함께 했던 단어입니다. 가만히 서 있다고 해서 그것이 도전이 아닌 적은 없었습니다.

입사할 때는 길면 5~6년을 이 회사를 다니지 않을까?라고 나름 예상했지만 벌써 9년을 꽉 채웠다. 회사 생활이 Array인줄 알았는데 지내고 보니 List였다. 6년을 보내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 3년을 보내면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2년/4년을 보내면 대학과 학위까지 받는 그런 배열같은 삶에 익숙했는데, 회사에서의 삶은 정해진 시간이란 것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끝이 없는 무한 리스트 (종신고용)의 시대도 아니고... 메모리를 미리 할당해두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한해씩 늘려가면서 연장하고 있다. 새로 더 할당할 수 있는 메모리 공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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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계약된 일부 언론사의 기사 전문을 뉴스피드 내에서 바로 볼 수 있는 Instant Articles라는 기능을 아이폰용으로 먼저 선보였습니다. Instant Articles는 작년에 페이스북에서 선보였던 Paper를 만든 팀이 관여한 것이라고 합니다. Paper 앱은 아이폰용으로만 만들어졌고, 참신한 UX로 호평을 받고 초기에 주목을 받았지만, 이내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났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초반에는 페이퍼 앱으로 페이스북 글들을 읽었지만, 한달이 채 안 돼서 다시 원래 페이스북 앱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페이스북의 명성에 비하면 실패한 앱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그 페이퍼 앱을 만든 팀에서 다시 Instant Articles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 네이티브로 제공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낮을 듯하고, 더 많은 메이저 업체들이 Instant Articles를 통해서 기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즉, 페이스북이 폭망하지 않는 이상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퍼 앱을 만든 팀에 Instant Articles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실패가 다음으로 이어진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고, 성공이 다음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건 성공이 아니다.'

단독 앱 또는 서비스만을 생각한다면 페이퍼는 분명 실패했지만, 페이퍼를 만들었던 경험과 노하우가 이제 Instant Articles에 녹여졌습니다. 인스턴트 아티클즈가 성공한다면 페이퍼 앱도 실패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한 번의 실패가 그대로 끝난다면 그 실패는 확정되는 것이지만, 그 실패의 경험이 다른 도전으로 이어진다면 아직 실패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물론 다음 도전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실패가 여전히 이어지는 것이지만, 최종 실패는 아직 아니라는 말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있지만, 실패가 다른 도전/성공을 낳지 못한다면 어머니가 될 수 없습니다.

역의 경우도 성립합니다. 한번의 성공 이후에 다른 성공이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성공이 과연 성공이었을까?를 재평가해야 합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우연히 얻어 걸린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 성장을 지속하지 못하거나 다음 성공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작은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다음(카카오)도 초기의 한메일과 카페의 성공 이후로 제대로된 성공을 경험하지 못했고, (다음)카카오도 카톡과 카스 후에 잠시 주춤했었습니다. 삼성도 갤럭시S3 이후에 근근이 현상유지하는 정도입니다. 최근 S6가 대성공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작은 성공 이후에 대망 또는 작은 연속된 실패들이라면 결국 실패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물론 그 이후에 다시 큰 성공을 터뜨릴 수도 있으니, 앞의 논리에 따라서 실패 확정은 아닙니다.)

실패를 실패로 만들지 않는 것, 성공을 계속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것... 핵심은 그 다음 도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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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0월 1일은 서울 케이호텔에서 'Daum kakao be the one festival'이란 이름으로 다음카카오 합병식이 있었습니다. 잡음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함께 모여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는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그냥 단순히 강당에 모여서 지루한 얘기만 듣는 줄 알았는데, 다양한 알찬 행사들이 많아서 흠칫 놀라기도 했습니다. 제주에서 11시 경에 도착해서 사원증과 후드티를 받고, 야외에 마련된 식사와 놀이를 즐겼습니다. 오후 2시에 브라이언의 비전 선포와 일부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한 Q&A 세션을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와 남은 행사를 즐겼습니다. 소무대에서 우선 가을방학과 이한철의 공연을 즐기고, 대무대에서 장기하와 얼굴들과 전인권 밴드의 공연으로 행사를 마쳤습니다.

마지막 전인권 밴드의 첫곡이 연주되는 중에 멋진 배경 영상이 대형 스크린에 나왔습니다. 첩첩산중의 뒤로 붉은 태양이 지는데 카메라가 계속 태양 쪽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영상입니다. 실제 영상이 아니라, 마치 CG로 만든 듯했습니다. 그 순간 확 올라오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두달 전에 브라이언이 판교 제주 한남을 돌면서 비전토크를 가졌습니다. 그 때의 주제/제목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이었는데, 어제 선포식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전인권 밴드의 공연 영상이 지나는 그 순간 어쩌면 우리의 사명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곳을 상상하고 그곳에 이르는 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대보다도 우려가 더 컸다고 말했지만,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이제는 우리 앞에 놓은 새로운 도전, 즉 세상에 없던 것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제가 다음카카오에서 몇 년을 더 근무할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하는 그 순간동안 해야할 일은 분명해진 듯합니다.

이제는 모든 곳이 도전이 아니라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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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를 받은 자.

Gos&Op 2013.02.08 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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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미디어랩의 John Maeda 교수는 나에게 저주를 내렸다. 정확히, 그냥 그의 생각을 블로그에 올리고 트윗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트위은 나의 현재 저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나는 저주를 받은 사람이다. 억울해서 나도 당신들에게 같은 저주를 내린다.

평소에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 적어도 다른 사람들 만큼은 -- 생각을 많이 하고 서비스나 기능 제안 등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다고 자평해왔다. 그냥 혼자 생각한 것에 머물지 않고, 사내 게시판/야머나 개인블로그 등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이런 나 자신이 뿌듯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생각해보면 딱 여기까지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냥 말만 앞세우고 그냥 튈려고 하는 그런 부류로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은 많이 하고 말은 많이 했지만 정작 이룬 것은 하나도 없다. 아이디어에 자만하면서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은 하나도 없다. 스스로 많이 생각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고 자만하는 사이에 나는 실행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기술적으로 내가 할 수 없는 일들도 있었지만, 쉽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때가 아니라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하찮은 일이라는 이유 등으로 미뤄왔다. 마에다 교수가 올린 '아이디어의 선물은 실행하지 않음의 저주다'라는 말이 나에게 그대로 해당이 된다. 나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실행이 없는 저주에 걸린 사람이다.

세상에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나와 같이 저주에 걸린 이들… 스스로 변화시킬 능력은 퇴화되고, 그저 남을 움직여서 뭔가를 이룩하려는 그런 사람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지위가 오르면서 그런 경향이 더욱 짙어지기도 한다. 신입을 시키면 되지 굳이 내가 해야 해? 팀원한테 시키면 돼지 뭐. 내가 겨우 이거나 할려고 교수나 된 줄 알아? 그냥 학생한테 시켜서 내일까지 해오라고 할테다. 혹은 집에서도 '엄마/여보, 물 줘.' 생각은 내가 하고 행동은 네가 한다는 그런 저주에 걸려서 사지가 굳어지고 결국 사회에서도 도태되어 버리고 있다.

지난 2월 1일 금요일, 제주 다음스페이스.1에서는 제13회 DevDay 행사가 있었다. 외부의 10개팀이 모여서 밤을 새면서 다음에서 제공하거나 공개된 API나 오픈소스 등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서비스를 구현해보고 서로 발표하는 행사다. 짧은 시간, 날 밤을 새면서 나온 결과물이 퍽 좋을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를 통해서 평소에 해보고 싶었지만 업무에 밀려서 또는 나는 이런 거 못해 등으로 미뤄왔던 것들에 도전해보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행사였고 도전이었다. 사내에서도 3팀이 참석했는데, 어쩌다보니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그냥 같이 밤을 새면서 개발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완벽하지도, 유니크하지도 않았지만 -- 그래서 조금 재도 뿌렸지만 -- 그들의 도전과 실행이 자랑스러웠고, 또 부러웠다. 하루밤의 결과물이 별로 일 거라는 것은 그들도 알고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행에 옮겼다. 도전에는 실패가 없다. 유일한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어린왕자'의 저자 생택쥐페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나무를 베어올 사람을 모으지 말고, 사람들에게 끝없이 넓은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어라." 경영학이나 자기계발서 등에서 사람들의 동기유발에 대한 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소위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꿈을 꾸는 자는 매일 꿈만 꾸고, 바다를 본 사람은 바다만 바라본다. 이것이 현실이다. 정글의 법칙에서 병만족이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뗏목을 만드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들의 머리 속에도 엄청난 크기의 범선이나 쾌속정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그들이 머리 속에 떠오른 범선이나 쾌속정을 만들어서 섬을 탈출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들은 배를 만들 엄두도 못 냈을 것이고 실제 만든다고 해도 다 만들기 전에 아사했을 것이다. 현실 여건 속에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뗏목을 떠올리고 그것을 만들어서 탈출을 감행했기 때문에 그들은 안전한 육지에 다다랐다. 우리는 꿈만 꾸다가 허송세월을 보내버리고 만다. 그런 저주에 걸렸다.

아이디어의 선물 혹은 저주. 아이디어가 참으로 선물이 되고 저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행에 옮기는 길밖에 없다. 일단 해보고 싶다가 아니라 해봐야겠다로 마음을 정하고, 그냥 작은 것부터 해보는 거다. '그래, 가는 거야.'

개인적으로 지금 빅데이터 기술들을 공부하고 R 문법책을 읽는 것이 내 커리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도 해보는 거다. 내게 내려진 저주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분석 플랫폼에 대한 생각만 있지, 전혀 실행계획이 없다. 그러나 그래도 관련된 뭐든 시도해보고 뭐든 공부해보기로 했다. 완성시키지 못하더라도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뭐든지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진짜 뭔가 물건이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글을 적고 있는 사이에 아래의 Paperman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디즈니에서 온라인에 공개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애니메이션 내의 페이퍼맨이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리는 그 모습이 바로 자신의 저주를 끊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전에는 실패란 없다.


(2013.02.03 작성 / 2013.02.08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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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olarhalfbreed.tistory.com BlogIcon ludensk 2013.02.08 15: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랑 친한 개발자 친구도 그 저주에...
    요새 회사업무가 밀리다보니 생각만하고 실천은 안하게 되고, 그게 또 습관처럼 안없어진다고 하더군요;;

무모함에 대해..

Gos&Op 2012.06.08 1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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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가 사용중인 분석서버에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폴더나 파일 등을 일부 정리했습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웠는데, 해당 디렉토리/파일들을 참조하는 분석프로그램들이 존재해서 오늘 아침에 엄청난 에러 알람을 받았습니다. 면밀히 조사하지 않고 그냥 디렉토리/파일을 지워버린 무모함에 대해서 글을 적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걸...

디렉토리를 정리하다보니 오래 전에 만들었던 파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중간에 서비스가 중단/변경되거나 담당자가 변경되어서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많은 것들도 있었지만, 다음에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2008년도에 새로운 걸 해보겠다고 임의로 만들었던 디렉토리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디렉토리들을 보면서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서비스나 프로세스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점인데, 다양한 분석을 해보고 싶었고 또 그런 시도들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때는 하나를 배우면 그걸 가지고 여러 곳에 응용도해보고 싶었고 다른 하나를 더 추가하면 재미있는 서비스가 나올 것같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데이터를 구해서 비슷한 방법으로 분석도해보고, 아니면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서 결과를 확인해보고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주위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쓸데없는 아이디어도 많았지만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름 화수분처럼 넘쳐났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변한 것같습니다. 이제 서비스나 프로세스에 대해서 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면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지 않고서도 '이건 되는 서비스' '이건 안 돼' '이건 이미 있는 것' 등과 같이 즉시에 답을 얻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좋은 모습일까?에 대한 고민이 듭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고 모든 것이 재미있어 보였고 그래서 다양한 시도들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좀 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같고 모든 것이 그냥 그런 아이디어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같다고 말하는 대신 그 아이디어는 이런 이런 점 때문에 실현이 불가능하고 ROI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냥 접는 게 좋겠다라는 식의 피드백이 입에 붙었습니다. 그런 생각에 아래처럼 짧게 트윗했습니다.

저의 경험이 저의 지식이 저의 도전정신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2008년도 2009년도에 만들었던 디렉토리의 분석 내용은 참 간단한 것이었고, 이게 서비스화되더라도 별로 주목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걸 해봐야겠다는 절실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입니다. 한번 시도를 하면 매우 중요한 결과물이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도조차해볼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아직은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대기도하고, 혼자 시작하면 너무 오래 걸려서 단기간에 제대로된 결과를 못 낼 수도 있다는 우려 그리고 그에 따른 제가 안아야할 리스크 (몇 년 간의 나쁜 KPI 및 연봉 등)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고, 어떨 때는 다소 사소해 보여서 굳이 내가 그걸 해야하나?라는 자만심도 생깁니다. 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가 산재합니다.

지금처럼 큰 프로그램을 돌려놓고 나름 짬이 나는 시간을 작지만 새로운 도전에 열정을 쏟기보다는 그저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결과 언제 나오냐?'라는 생각만하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도 적긴하지만...) 언제부턴가 대박 아이디어만을 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큰 아이디어는 너무 커보여서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머리 속에서 썩히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디어들 중에서 최근에 다른 곳에서 선보이는 것을 볼 때면 잠시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작은 것은 너무 사소해서 안 하게 되고, 큰 것은 또 너무 거대해서 안 하게 됩니다. 늘 새로운 것 다른 것을 입에 붙이고 살지만 정작 삶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쉽지 않습니다.

삶에서 적당한 어리석음과 적당한 무모함 그리고 적당한 야성은 지키고 살아야 하는데... Stay Foolish의 그 의미가 삶에서 점점 희석되어 갑니다. 때마침 어제 SNS에서 회자가 된 'MBA적 사고방식'이라는 글이 다시 절 정신차리게 합니다. 적당히 미쳐라. Here's to the crazy ones라는 멘트로 시작했던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도 생각납니다. 삶을 불태우기 위해서는 적당히 어리석어야 하고, 또 적당히 무모해야하는데... Stay Hungry Stay Fo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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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1일은 내가 다음이라는 회사에 직원으로 첫 출근한 날짜다. 4년을 꽉 채우고 이제는 5년째를 시작했다. 3년 위기설이라는 게 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을 읊는다'는 속담과 같이 한 분야에서 3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 그 분야를 훤히 꿰뚤어보게 된다. 그 순간 갈림길을 만난다.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아니면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일이 몸에 배다보면 일을 더욱 효과/효율적으로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전문성 또는 효율성이 다양성과 새로움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개도 경을 떼고 나면 서당이 지겨워질 거다. 3년 위기설의 이유는 현재의 상태에 익숙해질수록 현재에서 새로움을 얻기가 어렵고 일종의 나태에 빠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 1년을 그렇게 보낸 것같다. 길은 직선으로 곧게 뻗어있는데, 그래서 재미도 없고 이정표도 없다.


일의 지루함에서 벗어나는 손쉬운 방법은 이직인 듯하다. 링크드인 LinkedIn을 사용하다 보면 친구요청을 가끔 받는다. 가입한 초기에는 학교나 회사 지인들을 친구로 추가해서 넣기도 하지만, 현재 친구목록의 절반이상은 헤드헨터들이다. 잊을만하면 친구요청이 온다. 언젠가는 쓸 데가 있을까 싶어서 굳이 거절하지는 않는다. (페이스북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연결되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친구요청을 거절하지만... 늘 그렇듯이 미인은 제외.^^) 그리고 가끔 헤드헌터들로부터 메일이나 전화를 받으면 '나도 나름 남들이 탐내는 고스펙인간이구나'싶어서 뿌듯하기도 하다. 현재까지는 업무가 지루해졌다고 해서 이직을 고려한 적은 없다. 딱히 갈만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직은 아니지만 그냥 때려치울까라는 생각은 가끔 해본 것같다.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마다 사표나 이력서를 작성한다는 어떤 분의 말에 공감이 간다. 나도 나름 고스펙이고 경력도 있고 능력도 있는데 이런 대우에 만족해야하나?라는 자괴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같이 일하던 동료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흔들린다. '나무는 가만 있고자 하데 바람이 가만두지 않는다'라는 말이 단순히 '효'를 말하는 표현은 아닐터... 떠나는 물결에 함께 휩쓸려 떠나고 싶은 충동.

삶의 목표가 성공은 아니었다. 적어도 배부른 동안에는... 2004년도에 미국의 NIST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 Technology)라는 곳에서 게스트로 있는 동안 6개월 정도 체류연장을 결정하던 때의 일이 생각난다. 보스로 있던 분이 나에게 몇 가지 물었는데, 그 중에서 연장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행복'이라고 했다. 내가 일을 더 많이/잘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곳에 머무르면서 행복한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 이후로 나도 여러 사람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네가 만족하고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라는 식의 충고를 해주고 있다. 안정적인 삶과 도전적인 삶은 양자택일이 아닌 것같다.

최근 상황이 참 복잡하다. 일은 많이 지루해졌고, 별로 중요치도 않은 문제로 중간중간에 인터럽트가 들어오고, 스타트업에 참여하라는 주변의 꾐도 있고, 대기업에 자리가 있으니 지원해보라는 헤드헌트들의 메일도 자주 오고, 떠나가는 동료들도 늘어나고, 혼자서 떠들어도 전혀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러는 회사는 나의 존재감에 신경을 쓰지도 않고 보상도 안 해주는 것같고, 조직은 개편되어 어수선하고, 뚜렷한 목표나 비전을 공유하지도 않고,... 지금이 이적의 적기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나는 지금 행복한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나는 행복의 사다리를 올라간다고 생각했는데, 늘마음 깊은 곳에는 성공의 사다리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지루해진만큼 내 성장도 정체된 것같고, 내가 올라갈 성공의 사다리도 없는 것같고... 그럴수록 행복이 아닌 성공에 집착을 하게 되고 사회/회사에 불만이 커져만 가는 것같다.

일은 더욱 복잡해져간다. 모두가 가는 길과 대부분이 가는 길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아버지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같다. 더 가까이에 가서 살아야할까? 아니면 이럴수록 더 안정적인 삶을 살아야할까? 이것도 고민이다. 혼자 살지 말라는 압박도 크다. 왜 안 하냐면 싫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싫은 상황에 빠지기 싫어서 내면에서 거부하고 있는 것같다. 여기가 내가 있을 최선의 장소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모두가 가는 그 길을 가시는 아버지 곁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대부분이 가는 그 길을 가기 위해서 또는 안 가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안정을 택해도 나는 그저그런 회사의 부속품이 되어버릴 것같고, 도전을 택해도 나는 그저그런 사회의 부속품이 되어버릴 것같다.

제대로 이룩한 것도 없으면서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도 두렵다. 행복의 사다리는 분명 성공의 사다리와 다르다. 그러나 나는 성공의 사다리에 집착하고 있다. 다음 단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집착에 빠진다. 이 또한 두렵다. 갑자기 <The Pursuit of Happyness>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그런데 나의 꿈은 뭐였더라? 내가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는 걸까? 바람에 흩날리는 연기같은 삶을 살고 싶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는 행복해라고 혼자서 연기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게 꿈을 연기해버리고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오늘도 삶의 넋두리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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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글을 적었는데 (다음에서의 3년 3 Years in Daum), 또 1년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업무적으로는 지난해의 포스팅에서 크게 다를 바도 없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보낸 1년정도로 평가하면 됩니다. 무난함이 제 인생을 설명하는 유일한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4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점점 한계에도 부딪힌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삶이 도전이 아니라 일상이 되면서부터 그날이 그날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냥 주어진 24시간 이상의 의미를 갖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주말에 애월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문득 스쳐간 생각이 있습니다. 제주에 내려온지도 4년이지만 나는 제주에서 어떤 사람인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뭍사람들은 제주하면 관광지로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4년동안 제주에서 살면서 관광객으로의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제주의 토박이 현지인으로 융합되지도 못했습니다. 여전히 그들에게는 저는 낯선 이방인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제 성격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은 제가 현지에 유합되어 살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결심을 했습니다. 제주에서 관광객으로 한번 살아보자라는 결심입니다. 4년동안 많은 곳들 돌아다녔고 꽤 유명한 식당들도 돌아다녔지만, 늘 관광객이 아닌 그냥 지친 삶의 여유를 위한 순간의 산책이었고 굶주린 배를 채워주기 위해서 맛집들을 돌아다녔습니다. 어느 한 순간도 그냥 편하게 즐기기 위해서 제주를 돌아다녀보지도 못했던 것같습니다. 그래서 5년차를 맞으면서 이제 관광객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여유와 자유의 시간을...

 그러고 보니 지난 1년은 제주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었습니다. 4월 봄부터 계속 제주의 단독/전원주택을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제주의 부동산 특성도 많이 파악했고, 내가 가진 능력이 너무 작다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인정해주도 않는 높아진 저의 눈만 확인했습니다. 가진 것은 없으면서 눈만 높으니 아직 집을 구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에 타협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차선책으로 직접 주택을 지어볼까?라는 고민이 계속되는데, 5년차를 접어들면서 부동산 경기에 대한 걱정도 생겨나고 다음에서의 제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까라는 현실적인 걱정도 생겼습니다. 이 현실적인 걱정 때문에 관광객으로써의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로 발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한해도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더 좋은 서비스에 대한 생각들도 있었고, 더 멋진 삶에 대한 생각들도 있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얘기는 이 글에서는 일단 접어두겠습니다. 더 멋진 삶에 대한 생각 중에 하나는 바로 제주의 삶에 대한 책을 적어보는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위의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십시일반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어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더욱더 관광객으로의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더 많은 곳을 다니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지 하나의 잘 익은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새롭게 카메라도 장만해서 더 멋진 풍경들도 담고 싶습니다. 더 많은 나만의 추억이 더 많은 우리의 유산으로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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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삶을 설명하는 세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그렇게 살았다는 의미보다는 그렇게 살겠다는 다짐의 키워드입니다. 여러 번 밝혔는 것같은데 바로 자유 다양 재미입니다. 삶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삶에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삶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이것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 우리는 빈곤한 삶을 살게 됩니다. 상상력이 빈곤해지고 열정이 빈곤해지고 도전이 빈곤해집니다. 첵바퀴 일상에서는 상상력도 열정도 도전도 필요없습니다. 그런 삶은 자유도 다양도 재미도 없는 삶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객으로 살기는 이 세가지 키워드를 잘 설명해주는 것같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제 삶에는 반감기가 있습니다. 처음 20년은 경산에서 살았습니다. 다음 10년은 포항에서 지냈습니다. 그러면 제주에서의 삶은 5년정도가 될까요? 그렇다면 올해가 더욱더 중요한 해가 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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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짧으면서도 강력한 문구에는 항상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특히나 사회가 더욱 복잡해질수록 짧음의 미학, 압축의 미학, 단조로움의 미학, 단순함의 미학, 여백의 미학, 여지의 미학... 등의 비논리적인 진리에 더욱 마음이 가는 것은 운명인 것같다. 다른 블로그에서 몇 번 언급되었지만, 티스토리를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좋아해서 기억에 남고, 그래서 함께 공유하고 싶은 몇 가지 명언들을 짧게나마 남기고 싶다.

Stay Hungry Stay Foolish... Steve Jobs (Apple Inc. CEO)가 2004년도인가 Stanford University 졸업식 Commencement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말이다. 젊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같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현재도 그런 모습들이 많이 나타났지만, 앞으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수제보다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모르는 모험가'형 인재가 더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생각 너머의 도전을 꿈꾼다.

미니멀리즘, 단순함, 그래서 완벽함에 대해서
Perfection is achieved, not when there is nothing more to add, but when there is nothing left to take away. 어린 왕자를 집필한 Antoine de Saint-Exupery가 한 말이다. 이 명언을 듣기 전부터 비슷한 류의 명언들을 좋아했다. 대표적으로 'Don't add, unless subtract'라는 문장을 John Naisbitt이 그의 저서 Mind Set!에서 한 챕터의 소제목으로 사용했으며, MIT 미디어랩의 John Maeda 교수는 The Laws of Simplicity에서 "Simplicity is about subtracting the obvious, and adding the meaningful'이라는 정의로 simplicity에 대한 통일장을 이루었다.

제목에서 사용된 문구는 Sweden의 어느 대학의 응용통계학을 담당하시는 Hans Rosling이라는 교수님께서 TED의 흥미로운 강연 중에서 하신 말씀이다.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 도전해보라.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TED 강연에서는 당순히 불가능과 가능에 대한 것이상의 메시지 "제3세계의 빈곤문제 해결에 동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만하다. 프리젠테이션에 흥미있는 분들도 주의 깊게 볼만한 강연임.

이외에도 다양한 명언들을 좋아하지만, 앞으로 다른 포스팅을 통해서 조금씩 다루게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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