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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30 네덜란드병과 파괴적 자기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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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병 Dutch Disease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습니다. 1977년도에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지가 네덜란드의 경제사정을 묘사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용어입니다. 위키백과에도 설명이 되었지만, 어느 나라에 다량의 새로운 자원이 발견되면 그것에서 많은 수익을 얻게 되면서 자연스레 국내에 자금과 유동성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면 물가도 오르고 상품가격을 비싸진다. 상품의 가격이 높다는 것은 경쟁국과의 무역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기 어렵게 되고, 그래서 해당 국가의 경제 부분에서의 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네덜란드병이라는 용어는 1959년에 네덜란드에 새로운 유전이 발견되어 많은 수익을 얻었는데, 그 수익을 기반으로 소비가 증가했지만 제조업부분은 약화되어 결국에는 네덜란드의 경기가 침체된 것에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쉽게 얻은 수익을 장기적인 경제발전에 투자하지 않고 그냥 흥청망청 써버렸기 때문에 장기적인 침체를 겪게 된다 정도로만 이해를 했었는데, 위키백과의 내용에 따르면 천연자원의 발견과 경기침체 사이에 더 구조적인 연관성이 있어 보입다.

네덜란드병은 보통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들을 경계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천연자원을 팔아서 손쉽게 많은 국부를 쌓다보니 다른 산업분야의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국가들이 그 천연자원이 고갈된 후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병을 반면교사 삼아서 두바이는 석유에서 얻은 수익으로 금융이나 관광리조트 개발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두바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투자했는지 여부는 역사가 판단내려주겠죠.) 어쨌든 쉽게 얻은 이득은 쉽게 허비한다는 오랜 가르침을 네덜란드병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네덜란드병을 국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난 산업화의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땅부자들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팔거나 아니면 땅투기를 통해서 부자가 되고, 그런 졸부들이 재산에 대한 철학/가치관도 없이 마구잡이로 과소비를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창업자들이 어렵게 일군 기업이 3, 4세대를 거치면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자주 봅니다. 창업자들은 어려운 형편에서도 기업이라는 나무를 심어서 가꾸었기에 그 열매를 쉽게 따먹지 못하고, 2세대들은 부모세대들이 어렵게 나무를 키우는 모습을 주위에서 지켜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기업을 가꾸는 일의 어려움을 알기에 또 그 열매를 허비하지 못하지만, 3세대 이상은 나무의 성장과정은 지켜보지 못했고 그저 성장한 나무에서 열매만을 따먹고 자랐기 때문에 기업이라는 나무를 키우는 어려움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매년 공급되는 열매에 도취되어 나무의 성장이 멈췄는지 여부도 제대로 체크하지도 않고, 그래서 새로운 나무를 심어서 키울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기업의 흥망성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IT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성장한 몇몇 기업을 보면서 네덜란드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여전히 성장은 하고 있지만 성장 이후의 성장에 대한 대책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정글과도 같지만, 이미 권좌에 오른 기업들은 외적인 성장은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내적인 성장은 좀 주춤한 듯한 인상을 자주 받습니다. 국내의 네이버나 다음뿐만 아니라, 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이베이 등을 보더라도 현재 수익원은 배너광고나 검색광고 등의 광고사업이나, 월정액의 게임사용료나 중계수수료 등으로 수익모델이 극히 제한되어있습니다. (아마존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듯함.)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제한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수익모델이 너무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현재의 강력한 무기를 그냥 계속 사용하겠다는 욕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없이 수익이 계속되고, 이유없는 성장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 이 기업은 네덜란드병에 걸린 것과 같습니다. 새로운 혁신을 하지 않아도 계속 외부에서 자금이 공급된다는 환상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새로운 혁신을 주저하는 이유 중에 큰 부분은 카니발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새로 출시된 제품이나 서비스 때문에 기존의 제품판매나 서비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너무 당연한 인식 과정이지만, 때로는 사망선고를 받고 나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도 합니다. 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가 어쩌면 네덜란드병을 고치는 묘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더 큰 것을 위해서 과거의 작은 부분을 희생시킬 수 있는 것이 파괴적 혁신입니다. 그런 자기 혁신이 늘 필요합니다. 분명 초기에는 카니발효과가 발생해서 신제품의 판매도 예상만큼은 아니고, 그렇지만 예전의 제품의 판매량은 신제품효과 때문에 감소하고... 단기적으로 보면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신제품이 제대로된 방향으로 컨셉이 잡혔다면 그것을 믿고 더 끌고갈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해서 너무 단기적으로 성과지표를 얻을려고 하면 안 됩니다. 최소 3년을 기다려야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물론 3년은 너무 긴 시간입니다. 그러나 충분히 기다려야지만이 자기 혁신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나무를 심고 가꾸는 비유가 혁신의 과정을 잘 설명해주는 것같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과수원을 가꾸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어떤 품종이 잘 맞을지도 모르고, 넓은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그곳에서 땅을 파고 밭을 갈아서 씨를 뿌리면 후에 누군가 또 그 나무의 열매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무가 작을 때는 간격이 좁게 많이 심어도 되지만 나무가 커가면서 나무 간의 간격을 넓히기 위한 감벌과정이 필요합니다. 혁신의 과정도 처음에 뿌린 모든 씨앗에서 열매를 맺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중간중간에 불필요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맞지 않은 혁신은 제거해야지 제대로된 혁신의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하면 이미 잘 가꿔진 과수원지만 모든 나무를 베어내고 새롭게 시작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감벌이나 땅을 갈아업는 과정이 파괴과정입니다. 그러나 그런 파괴과정을 거쳐야지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휴지기를 가지는 것도 혁신을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공장의 기계가 돌아가듯이 365일, 24시간 가동할 것이 아니라, 농부가 농사를 짓듯이 3~4년에 한번씩 밭을 놀리는 일이 필요합니다. 사람에게도 그런 휴지기가 새로운 혁신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놀면서 여유를 부리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생산에 지장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 농사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지속가능성이나 사회적 책임 또는 성공이 아닌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답게 사는 삶 등에 대한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하다보니, 지금까지 제가 살아왔던 것들이 참 어리석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삶 자체의 파괴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P.S. 네덜란드병을 검색하면서 스펠링을 잘못 입력해서 'dutch desease'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다음 아고라에 이상한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네덜란드가 보편적 복지를 해서 네덜란드병에 걸렸다는 황당무개한 이야기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네덜란드가 원유에서 얻은 수익을 모두 복지예산으로 투입했기 때문에 그리고 네덜란드 국민들이 흥청망청 써버렸기 때문에 네덜란드병이 걸린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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