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7.18 기획에 대해서 On Planning
  2. 2014.04.07 사전에 없는 말
  3. 2012.03.14 왜 서비스는 산으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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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테크기업에서 일하다보니 가끔 듣는 얘기가 있다. 외국의 유수 테크기업들은 기획자라는 포지션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데, 한국에만 특이하게 기획자라는 직군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기획자들의 역할을 대략 생각해보면 개념을 디벨롭해서 서비스/제품을 디자인하고 프로젝트의 일정을 관리하면서 결과물에 대한 품질 검수(때론 운영)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 그런데,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서비스 회사에서는 개발자들이 (직접 프로토타이핑하면서) 개념을 디벨롭하고, (중간) 매니저들이 일정이나 리소스 관리 정도를 해주고, 자동화된 테스팅 툴이나 특화된 QA 조직에서 품질검수를 해준다. 애플같은 회사에서는 개념 디벨롭이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권한이 넘어가있다는 특징도 있다. 이렇게 보면 기획이라는 특화된 직군이 필요가 없고 누구나 기획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분업/전문화되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서비스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획자들과 일하다보면 기획자들만이 가지는 특장점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즉, 이 글의 목적이 기획자가 필요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특히 개발자들과는 다른 다양한 분야/전공에서 오는 (다양성의) 장점을 발견할 때가 많다. CS나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볼 수 없는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만인을 위한) 서비스/제품을 개발하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세부 업무를 무시하고) 얼핏 생각하면 기획자는 큰 틀에서 서비스나 제품의 밑그림을 그려야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은연중에 받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기획자는 큰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 기획자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권한을 얘기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주니어 기획자가 괜찮은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다고 쳤을 때, 그 아이디어가 바로 실현될 가능성이 몇 퍼센트나 될까? 2, 3년 내에 비슷한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면 그나마 괜찮은 편에 속할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두세단계 위로 올라갈 기회조차 없다. 일명 그냥 까인다. 결국 (큰 조직에서) 서비스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그리고 그려야하는 사람들은 힘있는 경영자나 창업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에서 늙은이들의 생각은 신뢰하지 못하겠다.) 관리자가 관심을 가지는 아이템에 대해서 살을 붙이고 구체적인 채색을 하는 것이 실무 기획자들의 몫으로 내려온다.

현실이 그렇기에, 내가 기획자들에게 바라는 큰 두가지는 [첫째] 가능성이나 현실성을 염두에 두지 말고 다양한 상상을 하는 것과 [둘째] 서비스의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다. 서비스나 기능의 가능성은 개발자가 검토하고 리소스나 일정은 관리자가 걱정/조율하면 된다. 대신 기획자는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이 첫째 미션이다. 그리고 실제 개발된 서비스나 제품이 고객들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그리고 전달된 이후의 세심한 디테일을 모두 챙기는 것이 둘째 미션이다.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것이 나의 1001번째 생각이고,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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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없는 말

Gos&Op 2014.04.07 0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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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말은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나폴레옹이 남겼다고 알려졌으나 실제 프랑스 사전에 불가능 impossible이란 단어가 없다는 의미에서 한 편지 문구를 과하게 의역되어 유명해졌다는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나폴레옹과 관련된 유명한 명구가 있다.

지난 주에 어떤 기획자와 얘기를 하다가 순간 언성을 높인 적이 있다. 순간 표현이 잘못됐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표현을 들어서 그대로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새로운 기능을 검토하다가 어떤 개발자가 그 기능은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했다는 소리에 갑자기 흥분했다. 그 날 이후로 이 글을 적을 기회를 기다렸다.

나폴레옹의 프랑스 사전에 불가능이라는 말이 실제로 없었든 아니면 나폴레옹 앞에 진짜 불가능이란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불가능이라는 말이 실제 존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류의 사람으로 첫번째는 개발자 (확대하면 엔지니어)이고 다음으로는 기획자다. 나는 그들의 입에서 불가능이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런 자질 및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내 소신은 ‘기획자는 꿈을 꾸고 개발자는 실현한다’다. 즉, 기획자는 모든, 그 어떤 것에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상상에 불가능이 존재할 수가 없다. 그리고 개발자/엔지니어는 기획자가 상상한 모든 것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다. 

물론 스스로 반(anti-가 아닌 semi-를 뜻함)개발자로써 그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상황을 잘 안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단순히 ‘불가능하다’라고 답변한다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불가능한 것이 주어진 시간 내에서 주어진 재원으로 원하는 스펙만큼의 결과를 내 힘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를 단순화시킨 말이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당장 구현하기가 어렵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힘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 그렇지만 되도록 노력하겠다. 세상의 모든 개발자 또는 엔지니어들의 마인드가 이것이 아닐까?

자질의 문제라고 말한 것은 기술적으로든 시간적이든 그 어떤 이유로든 명확한 설명이 없이 ‘불가능함’이라고 말하는 것은 논리를 중요시하는 공학도의 기본 메카니즘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가 다르고, 남녀의 싸움의 시작에서 얘기하는 그것…) 자세의 문제라고 한 것은 어렵지만 해내겠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음을 뜻한다. 그리고 간혹 진짜 불가능해 보일 때도 있다. (이러이러해서 어렵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방법이 있는지 더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바른 태도가 아닐까?

TED 동영상을 많이 시청하신 분들에게는 유명한 스웨덴의 교수님인 Hand Rosling이 TED에서 했던 다음의 말/표현이 늘 기억에 남는다.
"Seemingly impossible is possible."

개발자든 기획자든 그리고 그 어떤 사람이든 앞으로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투쟁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의 언어 습관에도 ‘불가능’이 늘 존재했던 것은 아닌지 되새겨본다.

물론, 개발자/엔지니어가 진지하게 거듭 안 된다고 말했다면 그건 진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으니 관리자/기획자가 계획을 재고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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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는 발표자료가 있습니다. KTH의 분산기술Lab의 하용호님 (@yonghosee)이 작성한 '화성에서 온 개발자 금성에서 온 기획자'라는 자료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자료를 참조하세요. (내용은 그닥. 제목은 굿.) 자료의 제목은 존 그레이의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차용해서 정한 것입니다. 존 그레이가 그의 책에서 남성과 여성의 생각구조가 다르고 그래서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화성과 금성에 비유해서 풀어나갔듯이, 서비스 개발에서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의 소통의 어려움을 같은 식으로 금성과 화성에 비유해서 적고 말하고 있습니다. 화성은 영어로 Mars로 전통적으로 남성을 상징하고 있고, 개발자도 비슷하게 엔지니어링에 기반을 둔 남성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반대로 금성은 영어로 Venus로 여성을 상징하며, 기획자들이 더 인문적 배경을 가진 소프트한 여성적 측면이 강합니다. 그렇게 기획자와 개발자들의 백그라운드가 다르고 대화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의 소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자료는 기획자들에게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언어/단어를 보여주는 측면이 강합니다.)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의 소통이 부재하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기획한 또는 개발한 서비스가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속담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만을 말하다 보면 초기 기획의도를 잊어버리고 영 엉뚱한 서비스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각자의 요구사항을 맞춰주기 위해서 불필요한 기능들을 하나둘 추가하게 되고, 그렇게 되다보면 처음에 잡았던 서비스의 크기보다 덩치가 엄청나게 커지게 되고, 프로그램의 덩치가 커지면서 사용하는 리소스는 증가하고 속도는 떨어지고... 등등의 이상 현상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은 사용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잘 사용하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런 서비스는 또 다시 대표적인 실패사례라는 주홍글씨를 남긴채 기획/개발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아픔을 남기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의 소통부재가 서비스를 망친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인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분명 그들 사이의 의견불일치 및 합의부재가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그런 것은 시간이나 리소스를 더 투자해서 합의의 과정을 거치면 다시 정상궤도로 올라올 수가 있는 부분입니다. 서비스가 엉망이 된 결정적인 이유는 기획자는 금성에서 왔고 개발자는 화성에서 왔기 때문보다는 그들이 기획/개발한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사용자들은 '지구'에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지구인 사용자들에게 화성의 언어로 말하고 금성의 생각을 전하기 때문에 서비스는 결국 지구인의 입맛에 맞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산으로 간 배를 다시 강/바다에 띄울 수 없게 됩니다. 

서비스의 기획이나 개발 단계에서 사용자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개발되는 많은 서비스들을 보게 됩니다. 물론 기획자나 개발자들이 스스로 사용자가 되어서 그들의 불편사항을 제거하기 위해서 서비스를 만들 때는 성공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지만, 그렇지 않고 단순히 사용자가 아닌 다른 목적/이유를 가지고 시작한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를 배제해서 제대로 성공한 경우를 볼 수가 없습니다. (다른 목적/이유라함은 사용자의 편의나 재미가 아니라, 사업자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 화성인과 금성인 사이의 자연스러운 소통은 단기간에 적은 리소스로 매끄러운 서비스의 개발을 가능하게는 하지만, 그것이 지구인들에게 적합한 서비스가 탄생되었다라는 보장은 할 수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그래서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는 화성인과 금성인 간의 소통보다도 더 화성인과 지구인, 금성인과 지구인 사이의 소통이 더 잘 이뤄졌을 때 가능합니다. 그런 소통 이후에 화성인과 금성인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에 따른 결과 서비스는 분명 지구인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지구인 소통하는 방식은 이미 많이 존재합니다. 흔히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기획/개발 전단계에서 잠재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나 심층인터뷰를 해서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수집할 수도 있고, 아이데오 등의 혁신기업들처럼 사용자들의 행동패턴을 그냥 관찰만 하면서 핵심포인트를 찾아내는 경우도 있고, 잘 알려졌듯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인사이트가 충만해서 고객의 (잠재) 니즈를 바로 캐치하는 경우도 있을테고, 아니면 구글 및 인터넷 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알파/베타서비스와 같이 프로토타입보다는 나은 형태의 서비스를 빠르게 런칭한 이후에 사용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피드백을 받아서 점진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법 등도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나은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상의 한가지라도 활용해서 항상 고객/사용자와 소통을 해야 합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서비스가 산으로 가는 이유는 금성인 기획자와 화성인 개발자의 소통부재보다는 지구인 사용자를 배제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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