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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회사적 비용과 투자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이 말했던 것으로,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님께서 TV토론회에서 인용해서 유명해진 글귀가 있습니다.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만 말하는가?" (관련링크. 룰라의 눈물 1, 룰라의 눈물 2) 법인세 인하나 부자감세 등은 고용창출이나 낙수효과 등으로 잘 포장해서 사회적 투자로 선전을 하는데, 직/간접적 보편적 복지는 도덕적 해이 등으로 딱지붙여 사회적 비용으로 매도하는 현상의 핵심을 집은 말입니다. 기득권이나 기성언론 등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고용창출과 낙수효과도 거의 없었고 도덕적 해이도 그렇게 만연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그런 선전으로 국민들을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정부의 복지정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회사에서도 신규 서비스나 인수합병에 투입되는 자금은 투자라고 생각하고, 직원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주는 직간접적인 혜택을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앞서 '혜택'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직간접 '비용'이라고 부릅니다. 연봉이나 각종 수당은 직접 비용이라 부르고, 직원들의 식대나 동호회 활동비, 교육비 등의 복지혜택에 소요되는 것들은 간접 비용이라 부릅니다. 왜 직원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비용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걸까요? 그런데 그런 인식이 너무 만연해있어서 직원, 근로자들도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직접비(용)이나 간접비(용)이 아니라, 직접투자나 간접투자 등으로 부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복지가 비용이라는 그런 인식으로 복지의 혜택을 입는 계층들이 느끼는 사회적 박탈감/낮은 자존감을, 회사에서는 매일 직원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회사가 돈을 주고 직원들의 노동력을 구매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습니다. 경영학책에서는 직원들을 '내부 고객'이라고 표현을 하지만, 일반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그저 노동력, 시간, 노력을 공급/판매하는 영세상인정도로 받아들입니다.

모든 것이 비용이라는 그런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직원들에 대한 간접 투자가 인색합니다. 대표적으로 동호회 지원에 인색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쥐꼬리만한 지원금을 주면서 각종 생색은 다 내고, 역으로 각종 규제장치를 마련해서 자유롭게 경비를 사용하지도 못하게 만듭니다. 리프레쉬를 위한 동호회 활동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때로는 정당한 휴가에 대해서도 규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해진 휴가도 눈치 보면서 편치 못하게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1주일 이상의 장기 휴가를 못 내는 근로자들도 많고, 여성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생리휴가도 제대로 못 쓴다는 기사는 주기적으로 나옵니다. 그 외에도 각종 강연이나 컨퍼런스 등의 교육의 기회도 인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동호회 활동/경비, 휴가로 인한 근로공백, 교육 등에 소요되는 경비가 모두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아깝게 느껴집니다. 사실 이런 비업무적 활동을 통해서 직원들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자기개발의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게 리프레쉬하고 능력을 개발해서 더 나은 업무성과로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비업무적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직원들에 대한 투자입니다. 직원들의 행복과 안전이 곧 회사의 번영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질 때만이 그런 간접비가 비용이 아닌 투자가 됩니다.

그런데 비업무적 활동 및 여기에 소요된 경비를 모두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그것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 작성된 기사를 하나 보겠습니다. (참고. 인터넷기업 연봉) 이런 기사를 보면 사람들은 저 회사 연봉 많이 주는데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기사에도 언급되었듯이 직원들의 연봉은 '급여와 상여, 인센티브, 연차수당, 복리후생비 등이 모두 포함'되어있는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직원의 연봉은 급여와 수당에 해당되는 직접비와 함께 동호회 지원이나 식대 등과 같은 간접비가 포함된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직원들의 손에 들어가는 금액 (직접비)은 기사에 나온 수치만큼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직접비/간접비의 금액이 많고 적음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간접비의 사용과 외부 홍보 사이에 보이는 이중성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간접비를 비용으로 인식해서 직원들에게 최대한 적게 주려고 노력을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마치 직원들에게 많은 연봉 (직접비)을 주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도덕적 해이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간혹 유럽의 과도한 복지정책 때문에 '하루 2~3시간 일하고 연봉 3000만원' 이런 류의 기사들이 올라옵니다. 그러나 극단적인 하나의 케이스를 가지고 진영의 논리를 방어하기 위해서 일반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직원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의 그릇된 행위를 가지고 전체 직원을 마치 준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규제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조심/지양해야 합니다. 금전적인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신뢰입니다. 작은 돈을 아끼기 위해서 더 큰 사회적/회사적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민을 그저 세금이나 축내는 좀벌레를 취급하는 국가가 바로 설 수 없듯이, 직원들에게 투자하는 것에 인색한 회사도 지속가능할 수 없습니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자랑하기 이전에 직원과의 공존가능성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회사는 직원과 공존해야지 (지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일반론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그러나 당연히 누군가는 오해하라고 적는 글이겠지요.

(2013.01.22 작성 /2013.01.30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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