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ving Jeju

제주의 돌담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버렸지만 제주에 처음 내려와서 이색적인 풍경 중에 하나가 돌담입니다. 시골의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집을 감싸고 있는 돌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가공된 듯 그러나 가공되지 않은 제주석으로 만들어진 돌담은 제주만의 특색인 듯합니다. 예로부터 제주는 삼다도라하여 여자와 바람과 돌이 많았다고 합니다. 돌담을 보고 있노라면 진짜 돌이 많기는 많구나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회사 텃밭을 갈아보면 엄청난 돌이 쏟아져나옵니다. 제주에 흔한게 늘린 돌을 이용해서 아담아게 쌓아서 만든 돌담은 정말 보기에 좋습니다.

담이라는 것이 원래 경계를 표시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나 또는 가족의 공간과 남 또는 공동의 공간을 분리시켜주는 것이 담입니다. 제주의 돌담도 그런 역학에 충실합니다. 그런데 그저 내부와 외부 세상을 완전히 분리시키지는 않습니다. 돌담이 높으면 가슴 정도 높이까지, 보통은 허리춤정도의 높이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에 담이 있다고 해서 외부인이 침입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제주도를 삼다도라고도 하지만 삼무도라고 하여 예로부터 도둑, 거지, 문이 없다고 합니다. 거지가 없다는 의미는 사람들 사이의 인심이 좋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해서 굳이 도둑질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도둑이 없었나 봅니다. 그렇기에 자연히 문도 필요 없었나 봅니다. 문대신 3개의 가로기둥으로 이뤄진 정낭이라는 것이 있는데, 가축의 접근을 막을 뿐 사람의 출입은 원천적으로 막을 수가 없습니다. 문이 없어서 아무나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담의 높이도 높을 필요가 없었나 봅니다. 어쩌면 주위에 돌이 흔하기는 해도 높게 쌓아올리는 것은 안전이나 건축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높이 쌓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이지만, 널뛰기나 그네타기는 담이 높아서 바깥 세상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낙네들의 바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잠깐 생각났습니다.

담이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면 왜 필요했을까요? 굳이 우리집의 경계를 나타내기 위해서 힘들게 돌담을 쌓을 필요는 없을 것같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삼다도에서 알 수 있듯이 제주도는 바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바람을 막아주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을까 추측을 합니다. 그런데 높이가 낮아서 바람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제주의 돌담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람을 막아주기 위해서 돌담을 쌓았지만, 또 바람을 통하게 하기 위해서 돌담을 쌓았다는 것때문입니다. 큰 바람을 막아주지만 잔 바람은 돌 사이사이로 모두 통합니다. 제주에 바람이 심하기 때문에 막힌 담이라면 금방 무너져 내립니다. 주변에 공사장에 펜스를 쳐놨는데, 바람이 심한 다음 날 보면 펜스가 무너진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큰 나무도 속절없이 부러지거나 파헤쳐집니다. 그런데 돌담이 무너져내린 모습을 잘 보지 못했습니다. 돌담이 무너져내려도 금방 다시 쌓아올리면 그만입니다. 제주의 돌담과 방품림은 바람을 막아주면서 바람을 통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치 숨을 쉬는 독과 같이 제주의 돌담이 그렇게 숨을 쉬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주의 돌담이 좋습니다. 그리고 돌담은 이중으로 쌓기 때문에 참 튼튼합니다. 큰돌로만 쌓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를 작은 조약돌로 매워넣어서 웬만한 장사도 무너뜨리기 힘듭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돌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흔해서 늘 그냥 지나쳤는데, 최근에는 돌담 사진을 자주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올리기 위해서 확인을 해보니 사진이 몇 장 없습니다. 사진을 더 많이 찍어서 다음에 다시 글을 적어야겠습니다. 아래에 몇 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아이폰으로 찍은 것도 있고 20D로 찍은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조금 썩여있습니다. 찍은 장소는 기억나는대로 코멘트를 남겨놓겠습니다.

애월 해안도로의 돌담. 바다의 거센 바람에도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애월해안도로

애월해안도로. 올레16코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애월해안도로.

수산리 (애월) 저수지 옆의 돌담과 벚꽃

제주 종합운동장 근처의 보리밭과 돌담

종합운동장 근처

종합운동장 근처

도두동 해안도로

도두동 해안도로. 바로 옆이 공항이라서 비행기의 이착륙을 자주 봅니다.

도두동 해안도로

이호해수욕장. 돌담은 아니지만 방파제도 돌담을 쌓듯이 쌓아서 만들 수 있습니다. 바람을 막듯이 큰 물은 막아주고 잔잔한 물은 흘려보냅니다.

용눈이오름에 기생하는 묘지. 제주의 묘지를 보면 주변에 돌을 쌓아서 경계를 만들어둔 것이 특색입니다. 도깨비의 접근을 막는다고 하던가... 그렇습니다.

섭지코지 내의 등대

섭지코지 내의 지니어스 로사이

습지코지에서 보는 성산일출봉

애월해안도로

애월해안도로

애월해안도로

애월해안도로

애월해안도로

동백동산 근처 길가의 돌담

동백동산 근처

비자림 내의 돌담 및 송이길

비자림 내의 송이길 돌담

비자림 내의 돌담

여기까지입니다. 더 많은 다양한 사진이 있었떠라면 좋았을 것을... 아침에 제주 돌담에 대한 글을 올려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노트북에 저장된 모든 사진을 뒤져봤는데, 많은 사진을 찍어놓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제주의 돌담과 같이 몇몇 테마를 정해서 관련 글과 사진을 올리는 작업도 진행해볼까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