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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나의 순수한 열정은 어디에?

글에 적시된 특정 사례나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디스나 팀킬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읽는 이에 따라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만약 오해를 하셨다면 모두 제가 잘못 적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그냥 한 순간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장황한 글로 표현하다보니 괜한 오해를 불러이으키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 생각을 이렇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오늘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것같아서 글을 적습니다.

일전에 NHN의 이해진 의장이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을 하는 것에 열받아서 퇴근버스도 없애버렸다는 사내강연이 널리 회자되었습니다. 회사의 운명을 결정짓는 최고 수장으로써 직원들의 충성심 (?)이 옅어진 것에 대해서 열을 받았을 법도 합니다.  물론 저도 일개 사원의 입장에서 이해진씨의 옹졸한 대처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었지만,  그래도 그가 느꼈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저는 고용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정시에 칼퇴근하는 모습을 보면 별로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과거의 산업화 시대 마인드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칼퇴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열정의 결여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NHN은 이미 앞도적인 선두 기업이기 때문에 그에 속하는 직원들은 나름 여유를 가지고 칼퇴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다음은 NHN과는 한참 떨어진 2등 기업인데 그 직원들이 좀 더 헌신하고 열심을 보이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같아서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업무 시간 동안 100%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부었기에 재충전을 위해서 칼퇴근한다고 좋게 생각합니다.

기획자나 개발자들 중에서 자발적으로 늦게까지 수고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수고와 노고를 무시하려고 글을 적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일반에 번저있는 마인드셋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몇 년동안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동료 직원들이 많이 지쳐있다는 것을 눈으로 목격합니다. 그래도 조금 더 노력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같다는 그런 안타까움은 늘 따릅니다. 개발자는 무조건 야근해야 하고 덥수룩한 머리에 꾀죄죄한 몰골로 다녀야 된다는 그런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전사에 퍼진 자발적 열의의 희석이 안타까운 겁니다.

10여년 전 친구가 한 말이 늘 생각납니다. '연봉제는 일한 만큼 받는 것이 아니라, 받는 만큼 일하는 거다'라는 말이 늘 생각납니다. 받은 만큼 일하는 그들을 누구 손가락질할 수 있겠습니까? 동종 업계에서 별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오버타임 열정을 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상한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업무 외 시간에 업무가 아닌 좀 더 창의적인 개발미션을 수행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그런 미셥을 수행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들에게 업무의 연장으로 오버타임을 사용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경영진들이 양심이 있으면 야근하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 순수한 열정에 대한 부분은 늘 아쉽습니다.

얼마 전에 다음 개발자들을 위해서 1박2일 (엄밀히 말해서 1박1일) 동안 간단한 프로토타이핑 개발을 하는 해커톤 Hackerthon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저는 개발자가 아니라, 늘 사용자다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커톤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습니다. 해커톤 이후에 좋은 반응을 얻은 이들의 발표를 들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 발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리더의 무능은 부하직원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고, 리더의 사악은 그런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해커톤에 참가한 많은 개발자들이 스스로 큰 꿈을 가지고 있고 많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업무에서는 열의를 가지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어떤 팀장의 경우는 너무 보수적 conservative이어서 간단하지만 새롭고 도전적인 기능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막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개발자들의 열정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무시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리더를 사악하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주변에 많은 무능한 리더들도 보고, 사악한 리더들도 봅니다. 그들은 조직도 상에서 주어진 팀장/유닛장의 역할을 담당할지는 모르겠지만 조직 내에서 암묵적으로  위임되는 리더의 자격은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타고난 리더가 아니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의 재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들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길을 열어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리더의 자리에 올랐을 때 오늘 적은 글이 저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확고합니다. 리더는 조직원들의 재능을 제대로 파악해서 그것들을 잘 발휘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최근에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회사를 나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게 새로운 도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그만두는 경우도 많지만,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재미가 없다라는 반응을 자주 보입니다. 도전적인 과제가 없다는 분도 있고, 리더가 너무 경직되고 큰 그림을 그리지도 못하고 확고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분도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의 틀 안에서는 자신의 열정을 제대로 쏟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리는 차지하고 있지만 그저 밖만을 항상 주시하는 많은 생각없는 영혼들을 봅니다. 그들의 열정은 왜 차갑게 식어버렸을까요?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현실적 굴레가 너무 커 보입니다.

그러면 나는 여전히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가?라고 자문하게 됩니다. 여전히 심장이 뛴다고는 말하지만, 육체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러 면에서 지쳐있고 우울한 상태입니다. 어쩌면 환상을 가지고 이곳에 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환상은 이미 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저도 남들과 같이 편히 살고 싶고 더 많은 돈을 쫓아 가고 싶습니다. 많은 유혹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다시 한 번 더'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는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일부러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합니다. (입사초기에도 9-9제를 원칙으로 했었는데, 요즘은 그것보다 더 이른 시간에 출근해서 더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날이 잦습니다.) 물론 하루를 길게 사용하면 업무의 집중도/로드는 적절히 분산을 시킵니다. 일부러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중간중간에 지루하면 독서 등으로 여유를 부리기도 합니다. 편하고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긴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는 것도 있지만, 제 스스로 시험해보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 모두가 떠난 이후에도 스스로 일에 집중하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가?를 테스트해보고 있습니다. 한계를 경험해서 쾌락을 얻을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업무의 연장으로 오버타임을 사용하지만, 그 시간에 다른 더 창의적인 개인 미션을 수행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훈련중입니다.

비슷한 처지의 젊은이들을 모아서 창의적인 힘과 열정을 쏟을 미션을 늘 염두에 둡니다. 저를 위해서 그리고 옆의 동료들을 위해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빨리 시작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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