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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조직의 문화에 달려있다.


임정욱님께서 애플의 기업문화에 대해서 다음 제주오피스에서 강연을 하고 계십니다.

오늘 오후에 미국 Lycos의 CEO인 임정욱 (@estima7)님께서 다음 제주 오피스 (다음스페이스.1)에 오셔서 사내강연을 해주셨습니다. 강연주제는 최근에 어쩌다가 번역을 맡게되신 <Apple Inside> (아직 국내에 책 정보가 없네요. 내일 정식 출판된다고 합니다. 다음 주에 정식 출판된다고 합니다. 국내책정보)에서 다루고 있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기업인 애플의 내부 문화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강연한 한시간 정도 이뤄졌고, 짧은 (한국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듯이 매우 적은) 질의응답시간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강연 내용은 위의 '애플 인사이드'를 읽어보시면 될 듯합니다.

강연이 끝나고 짧게 더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오늘 강연의 내용은 일반 직원들보다는 경영진들이 한번 들어보고/읽어보고 자신의 경영스타일과 애플 또는 스티브잡스/팀쿡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좋을 것같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지금 애플이 시가총액 최고 기업이기 때문에 애플의 기업문화나 스티브잡스 또는 팀쿡의 리더십 모형을 그대로 배워야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애플이 지금은 가장 잘 나가는 회사인 것은 맞지만, 그 이면의 많은 어두운 면들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독재적인 스타일 등)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반면교사를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다른 회사의 여러 문화나 리더십을 관찰해보고 자신의 경영 스타일/철학이나 조직의 문화를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경영진들의 역할임은 틀림없습니다.

강연의 핵심은 '기업문화 또는 창업정신는 중요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최근에 계속 문화는 중요하고, 조직이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또 창업자의 정신을 계승해가는 것은 단순히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 기업이 그 기업만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정착시키는 것이 그 기업을 더 진일보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시대정신 Zeitgeist가 필요하듯이, 기업은 기업을 대표하는 시대정신,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런 문화를 바탕으로 해서 기업 및 경영진들의 경영철학이 세워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집니다. 자신의 정신이나 문화가 투영되지 않은 제품/서비스는 그것이 당장은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더라도 지속성은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애플의 기업문화가 모든 기업이 본받아야할 그런 것이다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경여자들이 스티브잡스의 스타일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각 기업과 경영진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성향과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스티브잡스가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세웠지만, 만약 1980년대에 스컬리에 의해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애플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80년대에는 스컬리의 리더십이 필요했고, 또 2000년대에는 다시 잡스의 리더십이 필요했던 것뿐입니다. 기업의 성장에서 초기에는 창업자의 창업정신이 중요하지만, 확장기에는 운영에 초점을 둔 경영진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성장 중 위기상황을 만나거나 새로운 도약기가 필요할 때는 창업자와 같은 비저너리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가 있습니다. 애플의 흥망성쇠도 그런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에 의해서 설명되어야 합니다. 단지 한 사람 때문에 성공 또는 실패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많은 경우, 기업의 흥망성쇠는 필연입니다. 기업이 흥하고 잘 나갈 때는 웬만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체기를 거쳐서 하락기에 접어들면 작은 문제도 크게 부각됩니다. 보통 하락기의 큰 원인은 (여러 사람들의 결정적인 실수 또는 실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시기를 맡아서 기업을 떠받쳐줄 제품/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야침차게 준비한 제품/서비스가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면 기업에 위기가 닥치지도 않았을테고, 또 웬만한 위기는 그냥 무시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제품/서비스가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것은 그 기업의 기획력이나 개발력이 떨어졌다기보다는 그런 새로움을 채워줄 그 기업의 문화적 힘이 고갈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게 됩니다.

문화라는 것은 누구에 의해서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더라도, 그들이 즐겁지가 않다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거나 정착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즐거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서비스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들도 즐겁게 만들 수 있습니다. 즐거운 경험이 제품/서비스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전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의 분위기 삭막하고 문화가 빈약하다면 고객들에게 즐거움/경험을 전할 수가 없습니다. 저의 해석 또는 느낌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짧은 소견과 관찰의 결과는 결국 문화의 힘이 서비스/제품의 힘이다라는 것입니다. 문화는 경험이고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문화에서 새로운 서비스/제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문화 또는 창업자의 정신/철학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기업.. 그런 기업이 결국 지속가능하리라 믿습니다. (지속가능성을 단순히 환경문제 또는 사회적기업으로만 이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려움에도 살아남고 번영하는 기업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고, 철학이 있고, 가치가 있습니다.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그 기업이 가진 문화의 다양성, 풍부성, 깊이에 달려있습니다. 아침에 '교육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도발적인 글을 올리긴 했지만, 그런 기업의 문화, 철학, 가치는 대를 이어 전달해주고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런 교육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흐르는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어야 합니다.

(글을 적는 동안 실행시켜놨던 프로그램이 종료되어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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