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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Story

플랫폼의 조건

현재의 많은 서비스들이 플랫폼 Platform을 지향합니다. 플랫폼으로 성공한 서비스들도 많지만, 그보다 더 많은 서비스들은 플랫폼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접었습니다. 최근에는 단순히 플랫폼으로써의 서비스를 넘어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코시스템으로의 진화에 대한 논의 또는 환상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아이팟이나 아이폰은 그냥 음악플레이어 또는 전화기라는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아이튠스와 앱스토어도 단지 음악 및 앱들을 추천/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로써의 플랫폼입니다. 아이폰이나 맥을 돌리는 iOS나 MacOSX 등도 일종의 소프트웨어/OS로써의 플랫폼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뭉쳐져서 그리고 사용자들의 참여가 합쳐져서 일종의 애플 에코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어떻게 해야지 훌륭한 에코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실마리를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멋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더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피플웨어가 결합되면 에코시스템이 조성되는 것은 종종 목격을 합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의 기획, 개발은 공급자들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데,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는 어떻게 이끌어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떤 서비스가 멋진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마리는 일부 얻은 것같습니다.

제가 관여하고 있는 많은 서비스들을 어떻게 하면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날 문득 샤워를 하면서 좋은 플랫폼은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사용자의 지지를 받아야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의 조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적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면 훌륭한 플랫폼은 어떤 조건 또는 속성들을 가지고 있을까요? 앞서 말했지만 기술적으로도 훌륭해야하지만 사용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논의에 앞서서 말장난 word play를 해볼까 합니다. 플랫폼이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면서 자주 플랫홈이라고 부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바로 Platform이 아니라 Flat Home입니다. 여기에 제가 오늘 적고 싶은 내용이 압축되어있습니다. Flat은 평평하다는 의미고, Home은 가정이라는 의미입니다. 훌륭한 플랫폼은 '평평한 집'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Flat/평평하다는 것은 접근이 용이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수평적이다라는 뉘앙스도 가집니다. 그리고 Home/가정이라는 단어에서는 편안하다와 자유롭다 등의 느낌을 받습니다. 멋진 플랫폼이란 '수평적인 가정'과 같이 접근이 용이하면서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훌륭한 플랫폼의 조건으로 친절과 자유라는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서비스 제공자들은 사용자들이 해당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아무리 멋진 서비스라고 해도 이용하기 위해서 수차례의 보안단계를 거치고, 반복적으로 ActiveX를 설치하고, 마이너 브라우저에서는 접속조차도 할 수 없다면 그런 서비스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친절'이라고 말한 이유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만든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모든 길/문을 열어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용자들은 그저 간단하게 가입/로그인해서 쉽게 서비스를 이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간단한 작업/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복잡한 기술적인 로직들은 서비스 제공자들이 거의 완벽하게 해결해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용자들의 쉬운 접근과 용이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기술적으로 친절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자유를 허용해야 합니다. 마치 자신의 집에 들어가서 편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이웃에게 큰 해가 되지 않는다면 집에서 음악도 좀 크게 틀어놓을 수도 있고, 전라의 몸으로 지낼 수도 있고, 때로는 청소도 안 하고 더렵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좀 자유롭게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주 짧은 글을 하나 올리더라도 사용된 단어가 비속하다고 글을 등록도 안해준다거나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서비스의 사용에 제한을 두는 행위가 많습니다. 사용자들은 서비스에 접속해서 즐겁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데, 이런저런 불필요한 각종 규제들 때문에 짜증을 내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런 서비스를 재방문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습니다. 플랫폼이란 단지 사용자가 머물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운신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한 공간인데, 사용자들은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다면 그런 공간은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법적인 문제나 미풍양속/에티켓에 어긋나는 경우에 대한 규제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또 간단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지 그들이 다시 찾아서 애용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변에 실패하는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들을 보십시오. 우선은 기술적으로 열등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사용자의 니즈/욕구는 전혀 고려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훌륭한 플랫폼은 편안한 플랫홈입니다. 잘 건축된 하드웨어로써의 집과 그곳을 채우는 가족과 그들 사이의 채우는 가족들, 그리고 그들의 자유와 즐거움... 이게 우리가 원하는 그리고 성공하는 플랫폼의 모습입니다. 어쩌면 그런 플랫폼들이 모여서 큰 마을이 형성되고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면 에코시스템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글이 설득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아침에 갑자기 플랫폼은 친절해야 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라는 새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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