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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마크저크버그의 편지... 나는?

 이번주의 IT업계의 최고 뉴스거리는 페이스북 Facebook의 IPO (Initial Public Offer, 신규기업공개)입니다. 많은 언론들의 초점은 약 50억$에 이르는 공개규모에 맞춰져있습니다. (참고로, 구글의 기업공개는 약 20억$정도였습니다. 아직 페이스북이 구글만큼의 수익구조가 탄탄하지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50억$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입니다.) 사실 저는 그저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용자입장이므로 페이스북의 기업공개가 특별히 뉴스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내가 만약 그였으면...? 뭐 그런 몽상을 해보지만..) 기업공개를 통해서 더욱 안정된 기업기반을 마련해서 더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런데, 기업공개 즉 주식회사가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IT 벤쳐들에게는 독약과도 같습니다. 창업자의 처음 가졌던 비전이나 가치보다는 주식을 소유한 주주의 이득을 극대화시켜줘야하는 주식회사의 숙명을 생각하면 페이스북의 향후 모습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을 우려했는지는 몰라도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크버그 Mark Zuckerburg가 IPO 단행전에 잠재 주주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내용을 요약했거나 번역해두었기 때문에 제가 따로 번역하지는 않습니다. (참고. 영문공개서한, 한글번역본

 공개서한의 제목을 'The Hacker Way' 즉 해커의 방식 (또는 해커 문화)로 정했습니다. IPO를 통해서 개인회사가 아닌 공개기업이 되면 자연스럽게 주주들의 이득에 초점을 맞춰서 기업을 운영해야겠지만 그래도 처음 페이스북을 창업할 때 가졌던 해커정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IPO 전의 공개서한에 담긴 저크버그의 진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또 앞으로도 굳건히 잘 지켜나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그래도 세계 최대 IPO를 목전에 둔 지금 다시 초심 즉 해커정신을 말하는 그의 태도는 본받고 싶습니다. 세계의 많은 입들은 그저 IPO의 규모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에 가졌던 마음과 태도를 말하고 또 그걸 이어가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세속의 사람들의 입을 부끄럽게 합니다. 왜 언론과 사람들은 그 기업의 미래와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열정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돈'의 액수에만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서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역시 'Code wins arguments.'입니다. 중견기업으로 우뚝 선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전 성공에 대한 부담감에서부터 어쩌면 진짜 창의성의 고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유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어려움을 자주 겪습니다. 그런 부담감 때문에 기획회의만 길게 이어집니다. 기획회의만으로는 절대 서비스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회사들은 몸으로 부딪히기 전에 끊임없는 회의만 합니다. 물론, 품질공학의 측면에서 초기 기획 및 설계 단계에서의 장고는 향후 제품의 생산 및 운영단계에서의 문제점들을 줄여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번도 시도해보지도 않고 회의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부정적인 피드백만으로 아이디어를 죽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구절이 'Done is better than perfect.'입니다. 앞서 말한 '코드/결과가 논쟁을 이긴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아주 긴 기획을 거쳐서 개발에 들어간 제품보다는 (어느 정도의 기획이 끝나고) 짧게 개발해서 실물을 보고 장단점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다시 제품/서비스의 기획안이나 컨셉을 수정해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프로토타이핑이 어쩌면 단순한 결과없는 기획보다 더 중요합니다.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일화를 소개합니다. 다시 자료를 찾아본 것이 아니라서 정확한 워딩 wording은 아닙니다. 당시 'Think Different' 광고를 제작할 때였을 겁니다. 잡스가 광고대행사에게 계속 혁신적인 광고컨셉을 요구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적인 것을 원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광고대행사에게 말했던 것이 '나도 어떤 게 혁신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걸 만들어서 내 앞에 보여주면 나는 그것이 혁신적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입니다. (또, 매킨토시를 처음 만들 때도 매킨토시 케이스의 수많은 프로토타입들이 매일/매주 새로 만들어졌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전에 적어도 100개이상의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볼 수 없으면, 만질 수 없으면 혁신도 없습니다.

 초중고등학교를 제외하고도 (대)학교에서 12년을 보내면서 박사학위도 받고 박사후과정도 거치고 또 회사에 입사한지 4년의 시간이 흐르는 이 시점에... 이 글을 보게 된 것은 행운입니다. 세계의 몇대 부자가 될 청년의 마음가짐과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서 고민하는 이 처량한 인간의 마음가짐이 같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자신 앞에 놓인 도전은 그 자신만이 감당해야할 도전입니다. 그런 도전에서는 글의 말미에 적혀있듯이 더 담대하고 더 빠르게 그러나 늘 목표 (그것보다는 "꿈")에 집중해야 합니다. 2012년을 맞이하면서 저의 꿈은 '나도 꿈을 갖자'였습니다. 무언가가 되겠다는 꿈이 아니라 그냥 '행'하겠다는 그것이 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드 윈 아규먼트... 생각만하지 말고 이제 움직여야겠습니다.

 피에스. 혹시 페이스북의 IPO나 마크저크버그의 공개서한에 관심을 가져서 이 글을 보신 분들께는 좀 죄송한 마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글들이 원래 이래요. (언젠가 밝혔듯이 전 불친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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